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보스턴 일상/부부 이야기

[연애중1]우리의 첫 만남은 꽝에서 꽐라로 마무리

by 쏘이_빈 2021. 8. 31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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점심을 먹고 회사사람들과 수다 타임을 즐기고 있는데, 오랜만에 대학교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.
"뭐하냐"
"밥 먹고 수다수다 중"
"남친이랑?"
"뭐래~ 소개나 시켜주고 이야기 해라"
"그래 그럼 소개팅해라"
"..그.. 그럴까?"
그렇게 우리의 소개팅은 성사되었다.


여자나이 서른살.
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창창하고 무얼 하든 예쁜 나이인데,
그 당시에는
하나둘씩 결혼하는 친구들,
계속되는 소개팅 실패,
지겨운 회사 생활 등등
인생이 자꾸 재미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.
그리고, 서른이라는 숫자가 유독 크게 느껴지기도 했다.


소개팅하는 사람의 사진도 받지 않았다.
한마디만 물어보았다.
"어떤 사람인데?"
"일 잘하고, 키가 좀 커~"
"알겠어"


그리고 32살의 그 사람을 만났다.
상당히 컸다...그냥 큰게 아니라
와....크다~~


강남역 CGV에서 만나기로 한 그 사람은 정말 컸다.
키가 192라고 한다.
나는 160이라고 주장하는 159이다.


그 당시에는 내가 더 말라서 더 작아보였고,
그 남자는 운동을 열심히 하던 때라 등치도 커서 더 커 보였다.
모든 사람들이 우리 둘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.


아 오늘도 텄네..
주선자한테 바로 문자를 보냈다.
"야 이렇게 크다고는 말 안했자나~"
"ㅋㅋㅋㅋㅋㅋㅋ"


당시 소개팅의 정석은 남자 쪽에서 미리 갈 곳을 예약해오고
여자가 두번째로 어디 갈지 제안하는 식이었다.

이 남자는 ㅋㅋㅋ 아무 곳도 예약해놓지 않았다.

연휴 전날의 강남역 저녁인데!!! 😫



몇 군데 알아놨다며 나보고 골라보라고 폰 메모장을 보여주는데
죄다 고기집이었다.
소개팅하는 날 고기굽는 고기집을 잘 갔던가..
뭐 어쨌든 한군데 가보자 했는데 ㅋㅋㅋ
예약을 안했으니 한시간 정도 기다려야한다고 한다. 😱

나보다 30센치는 훌쩍 큰 처음 보는 남자랑
한시간을 고기집 앞에서 기다릴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.


내가 아는 한적한 곳이 있으니 가자고 해서 파스타 집을 갔다.
다행히 웨이팅을 안해도 된다고 했다.
휴우..


대화는 끊기지 않고 잘 통했지만,
나는 밥 먹는 내내
밥값을 더치페이한 후 1차로 마무리 해야지
라는 생각만 했다 ㅎㅎ


근데 이 남자가 계산대에서 2차를 사라며 막무가내로 자기가 다 계산해버렸다.


이러고 그냥 가면 너무 찝찝하니 2차를 내가 사기로 했다.
사람이 더 많아진 금요일 저녁 강남역..
갈 곳이 없다. 어딜 가든 기다려야한다고 한다..

이 남자가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단골집을 가자고 했다.
아무나 데려가는 곳이 아니라고 했다.

그래요 가요. 갑시다요.



음???
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
횟집이다. 신논현 광명수산이었던가..
아저씨들 회식 끝나고 2차가는 그런 곳
형광등 촤라라 켜져서 온 얼굴 모공까지 다 보이는 횟집
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
이 남자도 내가 꽝인가보다 ㅋㅋㅋㅋㅋㅋ



광어회 한접시
나는 내가 좋아하는 쏘맥
그 남자는 소주

에라 모르겠다 즐겨라~
소주병과 맥주병이 쌓이도록 마셨다 ㅋㅋㅋ


그렇게 으로 잠정적 결론이 난 소개팅은 점점 꽐라로 마무리ㅋㅋ
이번엔 내가 계산하려고 계산대 앞에 섰는데
이 남자가 자기가 내야한다고 우기더니 결국 자기가 냈다
그리고, 내가 오늘 다 얻어먹었으니 다음번에 꼭 한턱 내야한다고 했다.


그렇게 우리의 애프터가 성립되었다.


풋풋한 우리. 190남자와 160여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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